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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바다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다. 특히 빛이 닿지 않는 심해는 인간이 직접 탐사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그 깊은 곳까지 우리의 손길이 닿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심해어업’이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닷속 깊은 곳에는 기존 연안 어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수산 자원들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심해 어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심해어업이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깊은 바다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분별한 남획이 이루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심해어업은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목차]
1. 심해어업이란? – 깊은 바다에서 수산 자원을 채취하는 산업
심해어업(Deep-Sea Fishing)이란 일반적으로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어업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연안 어업과 달리, 심해어업은 보다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양 생물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어종들은 수명이 길고 성장 속도가 느리며, 생태적 특성이 일반 어종과 다르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심해어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세기 후반부터다. 기존 어업 자원이 고갈되면서, 어업 종사자들은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 새로운 어종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나라들이 심해 트롤링(trawling) 기술을 개발하여 대규모 심해어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깊은 바다는 탐사가 어렵고 어종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여,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2. 심해어업의 주요 대상 어종 – 귀한 해양 자원을 찾아서
심해어업의 대상이 되는 어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오렌지 러피(Orange Roughy)’다.
오렌지 러피 – 긴 수명과 느린 성장 속도의 심해어
오렌지 러피(학명: Hoplostethus atlanticus)는 심해어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어종 중 하나다. 이 물고기는 수심 180~1,800m에서 서식하며, 낮은 수온과 강한 수압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이 물고기가 어업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단순히 생존력 때문이 아니다.
오렌지 러피는 부드러운 식감과 독특한 풍미로 인해 고급 식재료로 각광받으며, 특히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 물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느린 성장 속도와 긴 수명이다.
일부 개체는 100년 이상을 살아남을 정도로 장수하는 어종이며, 성체가 되기까지도 수십 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한 번 남획이 이루어지면 개체 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1990년대부터 오렌지 러피의 남획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현재는 많은 국가에서 포획량 제한 및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지역에서는 불법 어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렌지 러피의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3. 심해어업의 기술 발전 – 더 깊은 곳을 향하는 인간의 도전
심해어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존 어업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심해는 강한 수압, 낮은 온도, 빛이 없는 환경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첨단 어업 기술의 도입 – 원격 조종 트롤링과 심해 탐사 장비
최근에는 심해어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원격 조종 트롤링(Remote-Controlled Trawling)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이 기술은 수백 미터 깊이까지 그물을 내리고, 수중 드론(Underwater Drone)을 활용하여 특정 어종이 있는 곳을 정밀하게 탐색한 후 포획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혼획(Bycatch, 원하지 않는 어종이 그물에 걸리는 현상)을 줄이고, 보다 목표 어종을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다.
이외에도 심해 탐사 로봇(Submersible Robot)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잠수정을 타고 조사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심해를 탐사하면서 생태계를 분석하고 어업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4. 심해어업의 문제점 – 무분별한 남획과 생태계 파괴
심해어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더 많은 수산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남획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
앞서 언급한 오렌지 러피뿐만 아니라, 다른 심해 어종들도 남획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예를 들어, 대구과에 속하는 블루 그레나디어(Blue Grenadier, Macruronus novaezelandiae) 역시 심해어업의 주요 대상이지만,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심해 트롤링이 해저 생태계를 파괴하다
심해어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심해 트롤링(Deep-Sea Trawling)이다. 이 방식은 거대한 그물을 해저에 끌어당겨 물고기를 포획하는데, 문제는 해저 지형과 산호초, 그리고 저서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이다.
심해에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자란 산호초가 존재하는데, 트롤링이 한 번 지나가면 이 산호초가 완전히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5. 지속 가능한 심해어업을 위한 노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국제 해양 보호 구역 확대: 일부 국가들은 심해어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고, 어업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 어획량 제한 및 규제 강화: 특정 어종의 포획량을 제한하고, 불법 어업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 대체 해양 자원 개발: 기존의 남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식 기술을 발전시키고, 심해 생태계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어업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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