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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깊은 곳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할 신비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생물이 하나 있다. 마치 녹아내린 젤리 같은 모습에, 커다란 눈과 축 처진 입을 가진 이 생물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로도 유명하다.
바로 블롭피시(Blobfish)다. 하지만 이 기묘한 생김새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못생긴 것이 아니라, 심해라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진화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블롭피시는 왜 이런 모습을 하게 되었을까? 지금부터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보자.
목 차
- 블롭피시의 생김새: 흐물흐물한 젤리 같은 몸
- 블롭피시의 얼굴: 슬퍼 보이는 표정의 비밀
- 블롭피시의 색깔과 피부 특징
- 블롭피시의 크기와 무게: 예상보다 크고 묵직한 몸
- 블롭피시는 먹을 수 있을까? 식용으로 적합할까?
- 블롭피시는 어떻게 움직일까?
- 블롭피시는 어디에서 발견될까?
- 블롭피시는 멸종 위기종일까?
블롭피시의 생김새: 흐물흐물한 젤리 같은 몸
블롭피시의 가장 큰 특징은 탄력이 없고 물렁물렁한 몸이다. 일반적인 물고기와 달리 뼈나 근육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수면 가까이에서 발견된 블롭피시는 마치 녹아내린 젤리처럼 보인다. 이는 블롭피시가 살고 있는 깊은 바다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해는 엄청난 수압이 가해지는 환경이다. 수심 1000m 이상의 깊은 곳에서는 지상보다 무려 100배가 넘는 압력이 가해진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블롭피시는 이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을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조직으로 진화시켰다.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뼈와 근육이 단단하면 깊은 바닷속에서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블롭피시는 부레(부력을 조절하는 기관)가 없다. 부레가 있으면 깊은 곳에서 부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신 몸 자체가 물보다 약간 가벼운 젤리 같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블롭피시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도 해저에서 둥둥 떠다닐 수 있다.
블롭피시의 얼굴: 슬퍼 보이는 표정의 비밀
블롭피시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얼굴에서 슬픔을 느낀다.
축 처진 입, 멍한 눈, 흐물흐물한 볼살은 마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블롭피시는 원래 이런 얼굴이 아니다.
블롭피시는 심해에서 살아갈 때는 우리가 흔히 아는 ‘녹아내린 얼굴’이 아니다. 깊은 바다에서는 수압이 높기 때문에 몸이 더 단단하고 자연스러운 물고기 형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블롭피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몸이 흐물흐물해지고, 얼굴이 퍼져버린다. 이는 내부 조직이 낮은 압력에서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블롭피시의 ‘못생긴 얼굴’은 인간이 사는 환경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블롭피시의 색깔과 피부 특징
블롭피시의 몸 색깔은 분홍빛을 띠거나 연한 회색을 띤다. 피부는 매우 부드럽고 미끌미끌한 점액질로 덮여 있다.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비늘이 없으며, 피부 자체가 보호막 역할을 한다.
심해에는 빛이 거의 없기 때문에 블롭피시는 시각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부가 특별히 화려한 색을 띠거나 보호색을 갖출 필요도 없다. 오히려 단순한 색깔과 점액질 피부가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데 더 유리하다. 점액질은 피부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며,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블롭피시의 크기와 무게: 예상보다 크고 묵직한 몸
블롭피시는 겉보기에는 작은 물고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크고 무거운 몸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몸길이는 약 30~38cm, 무게는 1.5~2.5kg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반적인 바닷물고기와 비교하면 꽤 큰 편에 속한다.
블롭피시는 수심 600m~1200m의 심해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깊은 바다에서는 몸이 단단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심해 환경에서 적응한 이 독특한 신체 구조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높은 수압 속에서는 비교적 단단해 보이지만, 낮은 수압에서는 몸이 흐물흐물하게 퍼지며 마치 젤리처럼 보이는 것이다.
블롭피시가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몸무게 때문이 아니라, 그 특유의 둥글고 부피감 있는 체형 때문이다. 실제로 블롭피시는 근육이 거의 없고 지방과 젤리 같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움직임이 둔하고, 자체적인 부력을 이용해 물속에서 떠다니며 살아간다.
만약 블롭피시가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단단한 근육과 뼈를 가졌다면, 강한 심해 압력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신체 구조 덕분에 블롭피시는 심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우리가 아는 그 ‘녹아내린 얼굴’ 또한 이 특별한 생존 전략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블롭피시는 먹을 수 있을까? 식용으로 적합할까?
많은 사람들이 블롭피시를 보고 ‘이 물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블롭피시는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첫 번째 이유는 맛이 없다는 점이다. 블롭피시는 대부분이 젤리 같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가 흔히 먹는 생선처럼 단단한 살점이 거의 없다. 지방 함량이 높고 근육이 부족해 씹는 맛이 없으며, 식감도 매우 흐물흐물하다. 요리한다고 해도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조리 과정도 까다롭다.
두 번째 이유는 어획이 어렵다는 점이다. 블롭피시는 심해 600m~1200m에서 서식하는데, 이를 잡으려면 특수한 심해 어업 장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어선이 쉽게 포획할 수 있는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식용으로 대량 어획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세 번째 이유는 보존이 어렵다는 점이다. 블롭피시는 높은 수압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이기 때문에, 수면 위로 올라오면 몸이 흐물흐물해지면서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즉,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유통 과정에서도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실제로 블롭피시는 인간의 식량보다는 심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로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심해 어업에서 혼획(원하지 않는 어종이 함께 잡히는 현상)으로 잡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도적으로 블롭피시를 식용으로 잡지는 않는다.
블롭피시는 어떻게 움직일까?
블롭피시는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아니다. 몸에 근육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심해 바닥에서 천천히 떠다니면서 먹이를 기다린다.
심해는 에너지가 부족한 환경이기 때문에 블롭피시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살아가는 전략을 택했다. 먹이가 가까이 오면 굳이 쫓아가지 않고 입을 벌려 그대로 삼켜버린다. 주로 작은 갑각류나 해저 바닥에 사는 생물들을 먹으며 살아간다.
블롭피시는 어디에서 발견될까?
블롭피시는 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 근처의 깊은 바다에서 발견된다.
정확히 말하면, 수심 600m에서 1200m 사이의 심해 지역에 서식한다. 이곳은 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으며, 온도가 매우 낮고, 강한 수압이 가해지는 환경이다.
심해는 연구가 어려운 지역이기 때문에 블롭피시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심해 탐사를 통해 블롭피시가 생각보다 넓은 범위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롭피시는 멸종 위기종일까?
블롭피시는 직접적인 포획 대상이 아니지만, 심해 저인망 어업에 의해 부수적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저인망 어업이 블롭피시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
블롭피시는 심해에서 살아가는 특성상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블롭피시를 ‘위기 근접(Near Threatened)’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어획이 지속되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블롭피시는 단순히 못생긴 생물이 아니라, 심해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신비로운 생명체다.
인간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블롭피시의 생김새는 수천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진화의 산물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블롭피시에 대한 더 흥미로운 사실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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