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으면 심해 생물이 사라진다? 우리가 몰랐던 연관성

지구 온난화는 이제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기온 상승,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문제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심해(深海)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가 산호초나 북극곰과 같은 표층 생물들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다 깊은 곳, 1,000m 아래 심해에서도 환경 변화로 인해 생존이 어려워지는 생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심해 생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안정적인 환경에 적응해 왔지만, 온난화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사슬이 붕괴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구 온난화가 심해 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떤 생물들이 특히 위험에 처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심해 생태계, 왜 온난화에 취약할까?

심해는 햇빛이 거의 닿지 않고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심해의 수온은 2~4℃ 정도로 낮고, 수압은 표층보다 100배 이상 강합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심해 생물들은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면서, 이 안정적인 환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특히 심해의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해류 패턴이 변하면서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해의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물들이 폐사하거나 서식지를 이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심해 생물들은 빠르게 이동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빙하가 녹으면 심해 생물이 사라진다? (해수 온도 상승)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에 엄청난 양의 차가운 담수(민물)가 유입됩니다. 이 과정에서 해류의 흐름이 변화하고, 이는 심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1) 해류 변화로 인한 먹이 부족

 

 

심해 생물들은 대부분 바다 표층에서 떨어지는 유기물(해양 눈, Marine Snow)을 먹이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류 패턴이 변하면 이 유기물이 심해까지 도달하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심해에 사는 "거대 이소팟(Giant Isopod, 심해 등각류)"은 해저로 가라앉은 죽은 물고기나 고래 사체를 먹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양 눈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심해 이소팟의 먹이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2) 산소 부족 문제

 

• 빙하가 녹으며 바다의 밀도 차이가 생기고, 심층수와 표층수의 순환이 둔화되며, 산소의 양이 줄어드는
  해양 저산소화 (Ocean Deoxygenation)가 진행됩니다.
• 이로 인해 심해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심해 오징어, 해양 가자미, 심해어 등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물들이 위험에 처합니다.
• 심해 생물들은 저산소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했지만, 산소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생존이 불가능해집니다.

 

(3) 심해 온도 변화로 인한 생태계 붕괴

• 빙하가 녹으면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심해 생물들이 살던 환경이 변화하게 됩니다.
• 극저온에서만 생존 가능한 생물들은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4) 산성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이산화탄소(CO₂)가 증가하면 바닷물도 점점 산성화 됩니다. 이로 인해 심해 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깊은 바닷속에는 "콜드 워터 코랄(Cold-water Coral, 심해 산호)"이라는 심해 산호초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칼슘 성분의 골격을 형성하며 다양한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바다가 산성화 되면 칼슘이 용해되면서 산호초가 점점 약해지고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그곳을 의지해 살아가던 심해 불가사리, 해삼, 갑각류 등도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3. 온난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심해 생물들

온난화로 인해 이미 많은 심해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거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1) 심해 오징어(Vampyroteuthis infernalis, 뱀파이어 오징어)

뱀파이어 오징어는 심해 600~1,200m 사이에서 살아가는 생물로,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특별한 혈색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양 산소량 감소로 인해 이들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2) 데메르살 피시(Demersal Fish, 해저 어류)

대구, 해양 가자미 등의 해저 어류는 심해 퇴적층 주변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이들이 살 수 있는 깊이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높은 수압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서식지를 잃고 있습니다.

 

(3) 심해 게와 갑각류

심해에는 다양한 갑각류가 존재합니다. 특히 심해 게와 심해 새우는 차가운 물을 선호하는데, 온도가 상승하면 먹이가 더욱 부족한 깊은 곳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생존에 위협적입니다.

 

 

 

 

4. 심해 생물 보전을 위한 노력

과학자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심해 생물의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해양 보호구역 설정
   • 특정 심해 지역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여 인간의 간섭을 줄이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2. 탄소 배출 감소 노력
   •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3. 심해 생태계 연구 확대
   • 심해 생물 연구를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심해는 여전히 인간이 탐사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곳에서도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심해 생물들은 수천 년 동안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해양 오염으로 인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심해 생물 보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