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는 정말 고요할까? 바다 깊은 곳의 신비로운 소리

깊고 어두운 심해는 한때 인간이 고요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간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심해 탐사를 통해 밝혀진바, 심해는 그 어느 곳보다도 다채로운 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요한 이미지로만 여겨졌던 이 깊은 바다는, 사실 생명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자연의 움직임으로 독특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심해의 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심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상어가 물을 가르는 소리, 빛 한 점 없는 곳에서 서로를 부르는 심해 생물의 신호음, 그리고 심지어 인간이 만들어낸 소음까지… 이 모든 것이 신비로운 심해의 소리를 구성합니다.

 

 

 

1. 심해의 환경: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고요한 세계

 

심해는 수심 1,000미터 이상의 깊은 바다로,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암흑의 영역입니다.

이곳은 낮은 온도, 높은 압력, 산소 부족 등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극한 환경 덕분에 심해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심해에서 소리는 빛을 대신해 생명체 간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심해 생물들은 먹이를 찾거나, 짝을 부르거나, 적에게 위협을 알리는 데 소리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심해의 ‘대왕오징어’는 물속에서 독특한 주파수의 소리를 내며 다른 오징어와 의사소통을 합니다. 대왕오징어는 소리를 통해 짝짓기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협음을 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소리는 어두운 심해에서 생존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왕오징어의 소리를 감지

대왕오징어는 단순히 심해의 어둠 속에서 홀로 조용히 사는 생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소리로 소통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한 과학자팀이 심해 탐사선에 설치된 음향 센서를 통해 대왕오징어의 서식지를 관찰하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낮고 느린 소리를 감지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소리가 자연적인 소음으로 간주되었으나, 소리의 주파수와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는 대왕오징어가 내는 신호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들은 몸속에서 공기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며, 이 소리는 다른 대왕오징어와 소통하거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런 발견은 심해 생물이 단순히 소리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교류하며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 심해 생물들의 목소리: 생존을 위한 소통

심해 생물들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심해어(anglerfish)는 다른 생물들을 유인하거나 위협할 때 저주파의 진동을 일으킵니다.

 

 

 

향유고래의 클릭 소리: 심해의 신호음 생성 방식

한편, 심해의 고래류는 특별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향유고래(sperm whale)는 심해에서 짝짓기 상대를 찾거나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클릭(click) 소리를 사용합니다. 이 소리는 물속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을 만큼 강력합니다.

 

향유고래가 클릭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고래의 머리 부분에는 멜론(melon)이라고 불리는 지방 조직과 스퍼매시티 기관(spermaceti organ)이 있습니다. 이 기관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증폭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향유고래는 코 안에 있는 공기 주머니를 통해 공기를 빠르게 이동시키며 소리를 생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개골 내부에 있는 지방층과 반사 면이 소리를 증폭시키고, 이를 통해 강력한 클릭음이 형성됩니다.

 

특히 이 클릭음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먹이를 찾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향유고래는 생성한 클릭음을 주변으로 방출한 후, 이 소리가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것을 감지합니다. 이를 통해 먹이의 위치와 크기, 심지어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에코로케이션(echolocation)'이라고 부릅니다.

 

향유고래가 심해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이 거대한 생물은 수심 2,000미터까지 잠수하며, 강렬한 클릭음을 통해 주변 환경을 '청각으로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해의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향유고래의 클릭음은 마치 신비로운 심포니와도 같습니다.

 

 

 

 

3. 자연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심해의 소리

심해에는 생물들뿐만 아니라 자연현상으로 인해 생성되는 다양한 소리도 존재합니다.

 

지구의 지각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해저 화산의 폭발음, 지진으로 인한 해저의 균열 소리,

그리고 심해의 조류가 암초에 부딪혀 생기는 소리는 심해의 독특한 배경음을 형성합니다.

 

특히, 해저 화산은 심해의 소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15년, 과학자들은 서태평 양의 해저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음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 소리는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지만, 특별한 장비를 통해 분석한 결과, 폭발음은 지구 전역에서 감지될 만큼 강력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소리는 심해 생물들에게 일종의 환경 신호로 작용할 수 있으며, 생태계 전체의 움직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4.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낸 심해의 소음

 

심해의 소리는 자연만의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활동 또한 심해 소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선박의 프로펠러 소음, 해저 자원 탐사 중 발생하는 공기압 충격음, 그리고 해군의 소나(SONAR) 소리는 심해 생물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향유고래들은 선박 소음 때문에 짝짓기나 먹이 활동을 방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에는 대형 선박 소음으로 인해 북대서양 향유고래 무리가 방향을 잃고 길을 헤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활동이 심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고요한 심해 속 울림에 귀 기울이며

심해의 소리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채롭습니다.

자연의 움직임, 생물들의 소통, 그리고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내는 모든 소리가 어우러져 심해라는 신비로운 세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소리를 이해하는 것은 단지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심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곳에서 들려오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탐구해야 할 것입니다.